[디자인 리포트]
‘사람 중심’ 디자인으로 감동 있는 공간을 완성해 나간다!
사람 중심, 사용자 중심의 디자인은 아마도 현재 지어져야 할 모든 디자인에 적용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공간의 온기는 사람이 만들어내고 결국 사람에 의해 결정된다. 차갑고 냉랭한 공간은 몸을 아프게 하고 병들게 해서 결국은 공간이 아닌 일종의 버려진 건물에 불과하다. 어느 누구는 공간에 대해 진정한 인문학이라고 논할 만큼, 삶의 모든 부분이 한꺼번에 응집되어 있다고 말한다. 공간의 특수성은 만드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함께 협업해야만 가능하다. 그 누구라도 자신의 생각만을 고집한다면, 공간으로서의 의미는 퇴색된다.
이러한 부분에서 현재 사람 중심의 디자인으로 모두를 놀라게 하고 있는 디자이너가 있다. 그녀는 병원의 공간 디자인을 수행하면서 사람 중심, 사용자 중심의 디자인으로 치유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 오고 있다. 현장에서 직접 진행한 사용자 중심 공간 리모델링 사례와 의료서비스 디자인 사례는 현재 많은 사람에게 다양한 인사이트로 제공하고 있다. 서비스 디자인의 기능성과 가치를 구현하는데 많은 부분 공헌한 만큼, 그녀가 일구어온 성공사례는 이미 여러 사람에게 의해 입혀지고 알려지고 있는 셈이다. 진부와 진보를 구별하고 교감과 공감을 활용하는 감동의 리모델링 전도사, 노태린 앤 어소시에이츠의 노태린 대표를 만나보았다.
Q. 서비스 디자인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A. 사람들은 대부분 서비스를 디자인한다고 생각한다. 궁극적으로는 디자인의 모든 부분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환경디자인을 제대로 공부한 사람들은 사무실에서 캐드를 그려 위치를 찾거나, 인체공학적인 휴먼스케일을 공부한 사람은 방을 만들고 규모를 만든다. 서비스 디자인은 먼저 이야기가 필요하다. ‘내가 살고 있는 공간은 무엇인가’, ‘우리 집은 어떠한 가족이 살고 있는가’ 등등 그런 것들을 통합적으로 알아야 디자인이 된다. 공간디자인을 위해서는 다양한 사람들의 니즈를 파악해야 한다. 그만큼 사람들이 살아가는 사실적인 현상 팩트를 알고, 그 사람들에 대한 오피니언의 견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등을 알아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내가 공간디자이너로서 디자인을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주인으로서 이 사람들의 모든 경험을 생각해본 다음,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게 디자인이다. 제품 디자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제품을 만드는 데 있어, 이 제품이 왜 필요한지, 주로 어떤 사람에게 필요한지를 파악해야 한다. 그러한 토탈적인 과정을 디자인하는 것이 결국에는 서비스 디자인이다.
Q. 현재 주로 어떤 서비스 디자인을 기획하고 진행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의료공간 설계 프로젝트 위주로 설명 부탁한다.
A. 현재 전문 병원에 센터를 만들고 있다. 병원에서 허리 통증이 있는 임산부를 대상으로 하는 센터를 만들고 있는데, 예전의 공간 디자이너였다면 구체적이고 세밀한 조사 없이 진행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엄마들이 왜 그 병원에서 허리 진료를 받아야 하는지 원론으로 들어가서 진행한다.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인식을 심어주는 게 첫 번째 할 일이다. 이를 위해 임신부의 허리 아픈 모습들이 그려진 디자인 포스팅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설문조사를 하게 되면 여러 사람에게 “이 공간이 어땠으면 좋겠다.”라는 내용을 듣게 된다. 그러한 모든 자료를 토대로 공간을 디자인한다. 특히 병원장과 일하는 사람들의 인터뷰 기사를 모두 담아놓고 일련의 과정을 통해 디자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Q. 언제부터 서비스 디자인에 관심을 갖게 되었나?
A. 병원을 디자인하기 전에 주로 공간 디자인을 진행했었다. 클라이언트와 짧은 대화를 통해 협의점을 찾고 진행하는 식이었다. 처음에 병원도 그런 패턴대로 진행하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건 내 생각과는 너무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디자이너의 의견 가지고 안 되는 것이다. 결국 병원에 근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 들어보았다. 내 생각을 하기에 앞서 각자가 원하는 방식을 찾다 보니 조율을 하게 되더라. 사용자 중심의 개별화에 맞춘다는 개념이 정립되어야 한다. 사실 병원장은 어떻게든지 환자들이 와서 좋다고 하면 된다. 그래서 병원장의 마음은 환자 중심인 것이다. 또한 의사는 자기 공간을 편하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간호사들은 많이 걸어야 해서 동선을 짧게 해달라고 요구한다. 환자들의 생각도 들어본다. 그런 것들을 듣다 보면 보편타당한 안이 나온다. 디자이너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가운데 놓여있다. 불편함을 최대한 덜어주는 것이 요즘 병원 공간에서의 최고 트렌드다.
Q. 병원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인가?
A. 의료원의 병원 디자인은 건축가들이 현상설계를 통해 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하나의 정책으로 보여진다. 건축가는 대부분 지역 기반으로 가서 직접 실태조사를 하는 경우는 드물다. 일반적으로 내가 공간 안에서 치유를 받는 그런 개념으로 짓는 게 아니라 하나의 건축물로서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가 10년 이상 병원디자인을 해보면서 느낀 점은, 결국 집의 라이프스타일도 각각 다르듯이 병원도 다르다는 점이다. 하나의 매뉴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제 사용자들의 기능적인 특성에 맞춰야 한다. 지역색과 환자들의 특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멋지게 건물을 지어놓고 “친환경이다. 환자를 위한 공간이다.” 등 각각의 키워드만 있을 뿐 실제 사람들의 니즈를 모른다. 결국엔 사람 중심의 공간디자인으로서 병원을 지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Q. 대형병원 보다 중소형의 작은 병원이 성공하려면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가?
A. 현재 대형 병원도 많지만, 작은 중소병원들이 살아남기 위해 더 특성화로 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자기 이름의 브랜드를 내세워 성공한 케이스가 많다. 소아과 클리닉도 어디 소아과 원장님을 브랜드로 만들어서 가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사용자들의 개별화가 진행된다. 병원들도 자기 스타일을 녹여내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 할 것이다. 큰 병원들이 커 나갈지언정, 작은 병원들은 조금 더 세밀하게 발전시켜 나간다는 점이다. 최근에 일본에 가보니 가정단위의 병원들이 많이 있었다. 일본은 예전부터 가정간호처럼 굉장히 소규모단위의 병원들이 많았다. 현재 우리나라는 옛날 의원과 같은 곳이 그대로 존속하지는 않는다.
Q. 서비스 디자인에서 있어 사용자 중심이나 환자 중심이 주는 의미는 남다를 것 같다. 서비스 디자인이 더 발전하기 위해 클라이언트들이 어떤 마인드를 가져야 할지, 혹은 어떤 마인드로 다가가는지 궁금하다.
A. 클라이언트들은 서비스 디자인을 한다는 데 있어서 함께 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이제는 디자이너가 모든 것을 알고 있다가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예전에는 디자이너에게 모든 것을 맡겨놓고 알아서 해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는 그런 고루한 생각들을 버려야 한다. 결국에는 소통의 문제가 아닐까 한다. 그래서 공감의 디자인은 클라이언트와의 충분한 대화를 통해 함께 만들어가고 그렇게 완성 짓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야기하지 않으면 절대 만들 수 없다. 나중에 후회해도 소용이 없다. 공간은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클라이언트들이 이 점을 가장 먼저 자각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Q. 대부분 진행했던 프로젝트에서 컬러가 주는 중요성을 새삼 느끼게 된다. 컬러가 주는 의미는 무엇이며 공간에서 컬러사용 tip이라고 한다면?
A. 예전에 사람들이 생각하는 컬러는 주로 파스텔톤이었다. 너무 튀지 않는 색상을 선호했다. 색상도 시대적인 배경에 따라 달라지듯, 지금은 다양한 색이 등장한다. 팬톤칩에서 나온 세렌디 피티나 로즈컷츠 등 이름만 들어도 생소한 컬러들이다. 그러한 컬러들을 보았을 때 이제는 사람들이 스토리텔링이 담긴 색상을 선호하는 것 같다. 컬러에 있어서도 시대적인 부분이 많이 반영된다. 병원 역시도 예전처럼 무조건 단순한 컬러만을 고집한다면 진부하게 나올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컬러들이 환자들의 컬러테라피에 맞춘 감성 코드로 나간다 하더라도 시대적인 트렌드를 반영해야만 공감할 수 있다. 병원의 경우 한 층에 하나의 포인트 컬러를 주는 것이 좋다. 여러 개의 컬러를 사용하면 시각적으로도 혼란을 야기 시킨다. 사람들이 주로 색을 이용해 진료실을 찾기 때문에 기호로서의 역할도 하게 된다.
Q. 의료공간 설계도 트렌드가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현재의 트렌드는 무엇이며 앞으로 어떻게 바뀔 것으로 예상하는가.
A. 지금의 트렌드는 치유환경, 사용자 중심, 감성 중심이라 할 수 있다. 예전에는 친환경에 대해서만 생각했다면, 이제는 사람들의 치유(큐어 cure)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부분은 예방(프리벤션preventio)이 되느냐, 증진(프로모션promotion)이 되느냐이다. 한 예로 프리벤션의 경우 암 환자가 큐어를 받으러 올 때 치료가 될 수 있겠지만, 또 하나의 프로모션이라면 암 환자가 조금 더 오래 살 수 있는 무언가를 제시해 주어야 한다. 그만큼 예방과 증진의 두 가지 차원으로 다 같이 발전해야 한다.
Q. 서비스 디자인의 발전을 위해 대내외적으로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A. 디자이너는 공간뿐만 아니라 과정도 디자인한다는 말의 참뜻을 다시 떠올릴 필요가 있다. 경청, 조율, 협업, 융합의 과정을 거치는게 작업과정의 디자인이다. 제 아무리 설계도를 잘 그리고 작업계획을 완벽하게 수립해도 정작 과정의 디자인을 하지 못하면 별 소용이 없다. 똑똑한 디자이너가 혼자서 완벽하게 보일 법한 설계와 계획을 내놓아도 실행과정에서 온갖 잡음과 삐꺼덕대는 과정을 맞이할 뿐이다. 공간 디자이너를 하신 분들이 서비스 디자인에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서비스 디자이너란 어떤 결과물을 가지고 잘 조력해서 진행해 나가는 사람을 말한다. 함께 조력하고 협업해 나간다면 잊혀져가고 있는 휴머니즘에 대해, 그리고 미래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보다 뜻 깊은 일을 하게 될 것이다. 미래를 더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과제는 바로 우리 손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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