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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대간 벽을 허무는 커뮤니티 공간

     

    by 인하공업전문대학 건축과 박혜선 교수님

     

    서로 다른 이들이 자연스레 어울릴 수 있는 거점 공간이 있다면?

    세대 간 벽을 허물고 서로 어우러지고 돌봐주는 공동체가 형성된다면,

    사회에서 발생되는 여러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을까?

     

    이러한 문제에 대해 함께 논의해보고 새로운 대안을 찾아보기 위해, 지난 3월 12일 화요일 7시 30분 치유공간 전문업체 위아카이랩에서 HSS (Human Space Society) 세미나를 개최했습니다.

     

    오늘 이 포스팅에서는 <노인 커뮤니티 공간>의 저자이자 인하공업전문대학 건축과의 박혜선 교수님의 특강을 통해 무연사회에서 비롯된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이 어떻게 커뮤니티 공간을 통해 해결될 수 있는지에 대해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노인이 불행한 나라, 한국

     

    급속한 핵가족화와 정보기술의 발전으로 노인의 경제적 문제, 사회적 고립 문제, 정서적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으며 특히 노인의 자살률, 빈곤률은 OECD 국가 중 1위이라고 합니다.

     

    정치적 성향의 차이, 노인의 가부장적 가치관, 노인 부양 부담 등의 문제로 갈수록 젊은 세대들과 노인과의 소통은 단절되어 가고 각자만의 고립된 세상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무연사회

    혼자 살다 혼자 죽는 사회

     

    노인의 고독사, 아동학대, 세대간 단절, 육아 불안 등 무연사회에서 비롯한 사회적 문제들입니다. 과거의 공동체 사회였다면, 노인과 각 세대 간에 함께 어우러지고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보살피며 충분히 해결하고도 남았을 문제들이죠.

     

    우리는 이 문제가 공간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을 잠시 머무르다 집값이 오르면 이사를 하는 투기의 관점으로만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공동체 의식을 형성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때문에 사람들이 머무르고 싶은 커뮤니티 거점공간에 의해서 일정 부분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사람이 머물고 싶은 공간, 마음 터놓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은 어떠한 모습인지 함께 살펴볼까요?

     

    네덜란드의 <호그벡 마을>

    노멀라이프, 평범한 삶을 통해 행복을 누린다

     

    몇년 전, 미국 CNN에 소개되며 알려지기 시작한 네덜란드 호그벡 마을

     

    마을에는 식당, 미용실, 슈퍼마켓, 영화관, 공원 등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꼭 필요한 시설들이 있습니다. 150여명의 뇌 손상 환자 및 중증 치매 환자가 거주하는 이 곳은 중증 치매 환자 역시도 평범한 삶을 통해 행복을 누린다는 개념의 <노멀라이프>를 컨셉으로 디자인 된 공간입니다. 150여명의 환자들이 한 가구에 5~6명씩 거주하며, 거실을 가운데 두고 양쪽에 방을 3개씩 배치하며 일반 가정과 똑같은 형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집에서 생활하는 듯 평범하고 편안한 일상을 지속하도록 세심하게 구성된 공간입니다.

     

    또한, 마을 지역주민들은 치매 환자들을 케어할 수 있는 과정을 이수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며 슈퍼마켓, 미용실, 카페 등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일반 지역주민이라고 합니다. 의료진과 환자들, 자원봉사자들은 가운을 입지 않고 치매환자들을 환자가 아니라 거주자로 부름으로써 시설이 아닌 하나의 마을 같은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쉐어카나자와>

    고쨔마제, 어우러지고 뒤섞이며 치유하다

    아베수상이 다녀갈 정도로 주목받고 있는 일본 지방의 복지시설, <쉐어카나자와>

     

    이 마을의 컨셉은 '고짜마제' 뒤범벅 입니다. 고짜마제, 사람과 사람이 어우러지고 교류하면서 점점 건강해지고 이 과정을 통해 자신을 지원해주는 든든한 소셜 서포트를 얻게 됩니다. 그리고 이들은 <쉐어카나자와>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끼며 자발적으로 공동체를 위한 활동을 기획하고 실행하게 됩니다. <쉐어카나자와>는 누군가는 기획하고 누군가는 서비스를 받는 기존의 '수직형 복지'에서 벗어나 커뮤니티의 일원들이 스스로가 원하는 '수평형 복지'를 기획합니다. 장애인, 비장애인, 젊은이, 노인 차별 없이 모든 마을 주민이 '내가 만드는 마을'이라는 공동 미션 안에서 자발적으로 원하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이들이 한 공간에 모이게 하기 위한 유인책으로 온천, 카페, 매점 등을 만들었고 이 안에서 사람들은 세대 간의 장벽을 느끼지 못한 채 자유롭게 소통하며 뒤섞임 커뮤니티의 효과를 만들어 냈습니다. 노인이 고립되는 것을 막고, 장애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이들이 마을의 특산품을 활용하여 수익을 만들고 자신의 일자리를 스스로 창출하도록 돕고 있습니다.

     

    와카마츠 공동 매점이나 지역 산출물 매점과 같은 유통 플랫폼을 만들어 놓음으로써 고령자 주민과 장애인들이 직접 상품을 만들어내고 운영할 수 있도록 하여, Active Ageing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세탁소, 요리교실, 우쿨렐레 교실, NPO 법인 가이아 자연학교, 알파카 목장과 같은 시설이 마을의 온화한 분위기와 매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본의 <킨모크세이>

    사탕가게, 노인과 아이를 연결하다

     

    우리나라는 2026년에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예정이며 갈수록 노인 부양비가 증가하며 노인 복지에 대한 문제가 대두되고 있습니다. 기존 노인주거시설이나 노인요양시설의 경우, 노인만 모여 살기 때문에 그 시설에 거주하는 노인들의 활력이 떨어진다는 점, 지역에서 기피시설로 낙인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저층의 공간을 공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개방하고, 시설과 다양한 서비스가 결합된 공간을 설계하여 다양한 지역주민과의 소통과 교류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움직임이 생기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를 잘 구현하여 활성화된 공간이 바로 1평의 사탕가게, <킨모크세이>입니다.

     

    <긴모크세이>는 나이가 들어도 자기가 살던 곳에서 계속해서 살기를 원하는 노인들의 욕구에 부응하면서도 비교적 저비용의 노인복지가 가능한 재가복지를 지원하면서도 어린이를 비롯한 다양한 세대가 교류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노인 주거 공간인데도 불구하고 아이들과 엄마들의 자전거로 가득합니다. 바로 이 10엔, 20엔 짜리 저렴한 과자가게 때문인데요. 이래뵈도 월 매출이 450만원에 가깝다고 합니다. 하루 약 100여명 정도의 어린이가 이용하며 초등학교에서 수업을 마친 아이들이 이곳을 방문하여 시간을 보냅니다. 과자가게, 식당, 마마댄스 등의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노인과 지역주민과의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지며 사람들이 끊임없이 모여들기 때문에 이들이 자체적으로 소모임을 구성하여 개최하기도 합니다.

     

     

    노인과 함께 연결된 사회, 커뮤니티 거점공간

     

    노인 자살률 1위, 노인 빈곤률 1위인 대한민국. 행복지수 또한 나이가 들수록 떨어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노인정에 가면 할 일이 없고, 노인복지관은 너무 멀어 자주 가기 어려우며 만남의 대상이 노인으로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점점 노인들이 갈 곳이 마땅치 않은 현실입니다. 때문에, 노인들은 소득문제 뿐 아니라 이러한 관계 단절에서 오는 소외감으로 정신적, 육체적으로 취약해지고 있습니다.

     

    박혜선 교수는 서로 돌보는 문화가 존재했던 전통적인 커뮤니티를 현대적 방식으로 재해석해가며 무연사회 안에서 발생하는 노인의 고독사, 아동학대, 육아불안 등의 문제를 해결할 필요성을 언급합니다. 전통 지역사회에서는 마을에 어르신이 있고 서로 상부상조하는 커뮤니티가 존재하여 마을이 아이들을 함께 양육하는 환경이었습니다.

     

    따라서, 박혜선 교수는 커뮤니티 거점 공간을 통해 서로돌봄 시스템을 마련하여 공동체 의식이 회복해 간다면, 노인들의 소외 문제 뿐 아니라, 육아불안에 대한 문제, 아동학대에 대한 문제, 청소년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생기게 될거라고 강조합니다.

     

    커뮤니티 거점 공간의 역할과 힘은?

     

    커뮤니티 거점 공간은 강제로 사람들을 모아두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방문하고 싶게끔, 머물고 싶게끔 디자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카페테리아, 식당, 온천과 같은 다양한 할거리, 놀거리와 즐길거리가 있어야 하며 누구나 교류가 가능하게 오픈된 공간이어야 하고, 배울 수 있는 것이 있으며, 서로 나누는 것이 가능해야 합니다. 또한 타인과 지역 문제를 함께 공유하고 해결해 나갈 수 있는 공간이 된다면 지역 사회안에서 더욱 더 의미 있는 공간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영화 <심야식당>, 영국의 펍, 유럽의 카페, 북유럽의 코하우징과 같은 공간을 예로 음식의 중요성을 또 한번 강조하셨는데요. 먹고 마시는 것이 타인과의 교류의 시작이며, 서로의 마음이 열리고 어려움을 나누는 매개체가 되기 때문입니다.

     

    낯선 방문자에게 점심을 권하는 일본의 커뮤니티카페 <코코룸,사쿠라짱>

     

    저렴한 식사와 막 구운 와플로 사람들의 마음을 여는 독일의 다세대교류센터 <MGH 함부르크, MGH 잘즈기터> 등의 공간은 카페테리아를 중심으로 한 공간 배치로 사람들간의 만남을 연결시키고, 다양한 경험과 생각이 공유되도록 유도했는데요. 이러한 공간을 통해 서로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만들어지며, 다른 지역의 기관들과 서로의 노하우를 공유하며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지속가능한 커뮤니티 거점 공간의 운영을 위해서

     

    이러한 커뮤니티 거점 공간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실질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인건비,운영비 등의 예산 확보에 있습니다. 커뮤니티 거점공간은 국가의 지원, 기업의 지원, 자원봉사자의 지원 등 사회 구성원들의 협력을 통해 지속적인 운영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활성화된 공간은 외부의 지원보다는 자체적인 수익모델을 가지고 운영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이는 보다 자율적으로 공간을 기획하고, 서비스를 개발해가기 때문에 지역의 특성과 요구에 맞는 공간으로 구성해갈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함께 만들어가는 커뮤니티 공간의 힘을 느낄 수 있는 대목입니다.

     

    사람이 머물고 싶은 공간,

    먹고 마시며 서로 다른 이들이 어우러지는 공간

    서로의 문제, 사회의 문제를 해결해가고 더 나은 커뮤니티로 만들어가는 공간

     

    세대간 어우러짐을 통해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가는 공간의 힘을 느끼실 수 있으셨나요?

     

    위아카이 랩의 <Human Space Society> 42번째 세미나

    인하공전 건축과 박혜선 교수님의 <세대간 벽을 허무는 커뮤니티 공간> 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