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중앙일보에 기재된 글입니다 (2016.01.20 09:14)

 

공사비에 퉁치려는 디자인비용 1+1이 될 수 없는 이유

 

주말에 장을 보러 대형마트에 갔다. 카트를 끌고 여기저기를 오가며 살 물건을 고르다가 문득 “1+1”이라 크게 적힌 제품 앞에 멈춘다. 기왕 사려면 하나 더 끼워서 주는 물건을 사는 게 주부의 현명한 살림살이가 아니던가. 냉큼 두 개 살 돈보다 적게 주고 살 요량으로 “1+1” 제품을 카트에 담는다.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1+1” 이란 의미와 나의 일에 관련하여 생각해봤다. “1+1”이라 써 붙이지는 않아도 공간 디자인에서 설계를 이와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는 일반적인 관행을 떠올리게 된다. 최근뿐 아니라 흔하게 이런 일을 겪고 있는 게 현실이니 씁쓸해지면서 하나를 더 사온 과자를 멍하게 바라보았다.

 

건물 소유 주체에 따른 규제의 차이

 

마무리된 현장 이야기이지만 대략 한 달 전이었다. 클라이언트 한 분이 나를 찾아와 공공기관 소유 건물에 내과를 개원한다는 의뢰가 있었다. 약 50평 규모였다. 이미 여러 차례 개원 경험이 있으신 분인데 잠시 쉬시다 다시 병원을 시작하여 이미 거의 평면 계획안을 준비해 오신 덕분으로 설계 계획을 짤 때 그리 어렵지 않았다. 대충 평당 얼마 정도의 돈이 들어갈 것이라는 예상도 가늠하기 쉬웠다. 내과라는 특성 때문에 고난도의 설비 시설이나 기계장비가 들어가지도 않을 터라 개원 일정을 짧게 예측했다. 그리고 이미 설계를 의뢰받을 때는 이미 장소를 계약한 뒤였다. 하루하루가 임대료 지불이 발생되니 더 이상 시간을 늦출 여유도 없었다.

 

클라이언트와 나는 서둘러 공사를 진행하겠다는 마음으로 서둘렀지만, 정작 그 건물의 상황은 매우 복잡해서 더디게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알고 보니 공사가 소유한 건물의 내부 인테리어와 관련한 까다로운 규제 때문이었다. 전 공정마다 인허가 사항을 확인하는 과정과 절차가 여간 복잡한 게 아니었다. 쉽게 말하자면, 실내 인테리어를 하더라도 집 한 채를 짓는 수준으로 건축사무소를 통해 각종 법적 확인을 받아야 하는 절차가 있었다. 클라이언트는 이런 사정을 모르고 예전처럼 저렴한 비용으로 임대 건물 인테리어를 하는 수준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전에 제대로 정보를 알지 못했던 대가는 컸다. 실내 인테리어를 승인받기 위한 서류 절차는 모두 비용과 관련이 있다. 아마도 클라이언트는 공사비 말고도 각종 인증절차비용이라는 추가 부담금이 생길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1+1”의 함정

 

공사 소유의 건물에서 실내 인테리어를 하는 절차가 어떻게 되는지를 몰랐던 것은 나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이런 사항을 놓친 것은 아쉬운 일이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이른바 “1+1”의 관행 때문에 생긴 일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 대규모 종합병원이나 혹은 설계만 관여하는 경우에는 통상되는 설계비가 있다. 병원 인증 평가에 맞춘 규모에 따라 디자인을 할 때, 공간 디자이너는 건축 제반 인허가 부분을 대행하지는 않는다. 이 경우 병원 시설팀에서 건축 전반을 책임지는 회사와 별도의 절차를 거쳐 진행을 따로 한다. 규모가 큰 공사의 경우에는 실내 디자인 설계를 위한 비용을 책정한다. 그래서 창의적인 콘셉트 도출을 위한 설계비딩으로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작은 의원급 병원 작업을 할 때, 소위 “1+1”이 발생한다. 물론 병의원뿐 아니라 공간 디자인에서 대부분의 관행이 그렇다. 설계업무의 지적 자산을 비롯한 모든 항목을 평당 공사 금액에 포함시킨다. 그렇지만 고객이 모든 것을 지시하여 그려낸 도면이라 해도 설계를 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아쉽게도 대부분의 클라이언트는 무형의 시간과 노력에 대한 비용을 생각하지 못할 때가 많다. 공사를 맡으려는 업체는 가격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불 보듯 손해가 예상되더라도 설계비가 포함되지 않은 공사비를 받아들이고 계약을 한다. 그러니 악순환이 발생한다. 일단 계약만 하면 된다는 생각에 밀어붙이면서 또 다른 계약으로 적자를 메꾸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즉 연이은 계약으로만 버틸 뿐이다. 앞 돌 빼서 뒷돌 막는 것에 불과한 일을 반복하는 셈이다. 자칫 공사가 부실해질 위험이 커지는 것이다.

 

공사 건물의 병원 작업은 약 2주일 동안 지연됐다. 건축사무소와 협업으로 인허가 부분에 승인을 얻고 난 뒤에야 일이 시작됐다. 그만큼 각종 비용이 불어나 클라이언트는 손해를 봐야만 했다. 설계와 현장 공사를 구분하여 각각의 전문성을 인정했더라면, 굳이 발생하지 않을 비용이 더 생기고 만 것이다. 설계비를 공사비에 포함시키는 “1+1”이 되레 안타깝게도 마이너스 효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통합적 디자인으로

 

공간 디자인과 작업 비용을 구체적으로 구분해볼 필요가 있다. 어떤 항목 때문에 얼마를 써야 한다는 것은 곧 일의 세부적인 내용을 파악하는 것이기도 하다. 설계 금액부터 각각의 공정 금액을 눈에 보이게 정확히 책정할 필요가 있다. 공간 디자이너가 제시하는 각각의 항목을 일일이 살펴보면, 비용을 더하고 빼는 과정뿐 아니라 공사의 전반적인 과정을 일관되게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통합적인 설계 방식 (Integrative design)이야말로 클라이언트와 업체가 서로 신뢰를 가질 수 있는 바람직한 방법이다. 유무형의 작업에 대한 세부 내용을 알게 될 뿐 아니라 전문성과 필요성을 인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합적이고 세밀하게 구분된 작업방식을 거치지 않고 소위 평당 얼마 개념으로 공사를 시작하는 방식, 또는 아는 처지라 믿고 맡긴다는 관행은 이제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서로에게 불만이 있어도 합리적으로 풀지 못하다가 영원히 인연을 끊을 수도 있다. 설계와 공사비는 “1+1”이 아니다. 제대로 된 “1+1”은 공간 디자인의 전문적인 능력과 열정의 책임감이 조합된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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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 http://jhealthmedia.joins.com/news/articleView.html?idxno=164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