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옥 내 집과 매장, 보타니카

인테리어 디자이너 노태린이 꾸민 고풍스러운 멋이 편안한 공간

 

글: 심의주 편집장

 

유행을 타지 않을뿐더러 시간이 지날수록 멋스러워지는 앤티크의 매력. 대문에 사람들이 앤티크 스타일로 집을 꾸미고 싶어 하지만 가구 하나 사는 것도 만만치 않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노태린 씨는 구하기도 어렵고 가격도 고가인 진품 대신에 앤티크 스타일 가구를 고르고, 그에 어울리는 벽지와 소품을 매치시킴으로써 그 해답을 찾았다. 실용적이되, 우아한 그의 대전 집을 구경한다.

 

헤어, 메이크업, 의상 등의 패션 분야에 유행하는 스타일은 누구나 마음먹기에 따라 한 번쯤 시도해볼 수 있다. 원래는 긴 생머리였지만 굵은 웨이브 파마를 해본다거나 무채색의 옷을 즐기다 비비드 컬러의 티셔츠를 살 수도 있다. 그러다가 헤어 스타일이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된다면 다시 미용실을 찾아가 웨이브를 풀고, 옷은 환불하거나 취향에 맞는 것으로 교환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인테리어에 있어 유행을 표현하기란 그리 녹록하지 않다. 한 번 지어놓으면 변경하기 힘든 구조, 한 번 사면 쉽게 바꿀 수 없는 가구... 그래서 인테리어 스타일을 정하는 일은 더욱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 이를 고려하면 앤티크 스타일 인테리어가 해를 거듭할수록 많은 사람에게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젊은 사람일수록 모던한 스타일로, 나이가 들수록 클래식하고 중후한 스타일로 집안을 연출한다고 생각하기 쉽죠.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연령대와 상관없이 쓰면 쓸수록 그 가치가 더해지고 정이 드는 것이 앤티크 가구죠.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앤티크 스타일의 공간 연출이야말로 가장 무난하면서 실속 있는 인테리어로 모든 사람에게 인정받고 있습니다.” 대전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노태린 씨는 앤티크 스타일의 매력을 이미 꿰뚫고 이를 바탕으로 많은 작업을 해왔다. 현재 남편과 함께 운영하는 ‘코리아 건축·인테리어’ 외에 ‘보타니카’라는 앤티크 스타일의 가구와 소품을 판매하는 숍을 직접 운영할 정도로 7년여 이상 앤티크 스타일을 기본으로 한 인테리어 디자인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리고 2년 전 지은 사옥 안에 마련한 주거 공간을 직접 앤티크 스타일로 꾸몄다.

 

 

앤티크 스타일의 공간 연출에 한몫하는 벽지

 

현재 노태린 실장이 사는 집은 그의 일터가 함께 있는 5층 건물의 두 개 층에 복층 구조로 마련되어 있다. 자투리땅에 최대의 용적률을 얻기 위해 건물을 짓다 보니 공간은 네모반듯하기보다는 각이 많이 진 형태로 나오게 되었고, 이는 부엌과 거실, 현관 등의 공간을 독립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해주었다. 여기에 복층으로 구성된 구조가 더해져 마치 구조의 2층 단독주택과 같은 조건을 갖출 수 있었다고. 특히 1층 거실 부분 위쪽에는 2층 공간을 만들지 않은 복층 구조 덕에 높은 천장고를 갖게 되어 실내가 더욱더 넓고 웅장하게 느껴진다. 이런 메자닌 구조에서 앤티크 스타일의 인테리어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마감재는 고급스러운 느낌을 줄 수 있는 체리 우드를 선택, 바닥과 몰딩을 처리했다. 그리고 벽에는 큼직한 패턴이 들어간 벽지로 도배를 했다. 18세기 양식의 다마스크 문양이나 플라워 프린트 벽지를 선정해 한층 로맨틱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만든 것이 그것. 특히 여기서 한 가지 눈여겨볼 점은 바로 벽지 매치법이다. 대개 한 공간에는 한 가지 벽지를 사용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앤티크 스타일의 분위기를 만들고 싶을 때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예를 들어 한 공간의 네 면 중 강조하고 싶은 한 면에 악센트가 될 만한 패턴의 벽지를 매치하면, 로맨틱하면서도 훨씬 변화로운 앤티크 스타일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 한편 편안하고 친숙한 앤티크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벽지 연출법은 이 집의 침실에서 찾아볼 수 있다. 명화 패턴이 들어간 잉글랜드 스타일의 벽지와 흰색 벽지를 2:8의 비율로 나눠 붙인 후 몰딩 처리를 한 것이 그것. 이런 벽지 매치는 침실을 더욱 안정감 있고 낭만적인 스타일로 만들고, 짙은 나무색의 가구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앤티크 스타일로 분위기도 살리고 실용성도 높인다

 

흔히 앤티크 가구라 하면 영국이나 프랑스 등 유럽에서 만들어진 1백 년 이상 된 가구를 일컫는다. 이렇게 오래된 가구들은 그 세월과 희소성에 맞물려 고가의 제품으로 우대받고 있지만 실제로 사용하기에는 그리 실용적이지는 않다 그래서 노태린 실장이 대안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앤티크 스타일의 가구. 이를 두고 전문 용어로는 ‘리프로덕션’ 가구라 부른다.

 

거실에 들어서면 마주하게 되는 콘솔, 자연스러운 참나무의 빛깔이 살아있는 콘솔은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것이지만 고풍스럽게 디자인된 덕분에 앤티크 스타일을 연출하기에 충분하다. 맞은편에 나란히 놓인 1인용 의자는 짙은 나무색과 고급스러운 카키색 쿠션 커버가 어우러지면서 거실을 한결 고전적으로 만들어준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밑에는 패브릭 소파를 놓았는데, 역시 카키색 패브릭을 선택하여 가구들의 디자인은 서로 다르지만 컬러의 통일을 통해 아늑한 느낌이 들도록 배려했다. 침실의 경우, 짙은 나무색의 가구로 영국풍의 앤티크 스타일로 꾸몄다. 곡선을 통한 장식성이 돋보이는 침대의 헤드보드, 낮은 사이드 서랍장, 로맨틱한 레이스 램프... 모두가 오래된 정통 앤티크 가구 못지않은 깊은 인상을 만들고 있다. 서재와 같은 공간에는 심플한 디자인의 책상과 의자를 놓고, 커튼과 쿠션 커버를 클래식한 컬러와 문양의 패브릭으로 맞춰주어 한결 고급스럽고 안락하게 연출했다. 자녀 방에는 화이트 컬러의 앤티크 스타일 침대와 리넨 침구를 배치했다. 부엌 공간은 실용적인 면을 고려하여 현대적인 부엌 가구로 꾸몄다. 그 대신 식당 공간에는 노 실장이 직접 디자인한 샹들리에를 설치하고, 식탁 의자에는 흰색 슬립 커버를 씌워놓아 앤티크적인 요소를 가미했다. 이렇게 하여 앤티크의 모티프를 살린 실용적인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다양한 스타일의 가구와 소품이 있는 ‘보타니카’

 

인테리어에 있어 바질 수 없는 요소인 가구와 소품들. 앤티크 스타일의 인테리어에서 가구와 소품 선정은 그 자체가 인테리어 디자인 작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래서일까, 여러 해 동안 앤티크 스타일의 인테리어 작업을 하면서 얻은 노하우를 집결하여 노 실장은 ‘보타니카’라는 앤티크 스타일 가구와 소품을 판매하는 인테리어 숍을 오픈했다.

 

이곳에는 그간 다양한 공간에 여러 가구를 매치시켜보면서 많은 사람에게 인정받았던 것, 그리고 디자이너로서 추천하고 싶은 가구와 소품들이 가득 차 있다. ‘보타니카’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은 물론 품질과 디자인이 뛰어난 미국과 유럽의 앤티크 스타일 가구들이다. 이들 제품이 지닌 원목의 견고함과 우아한 디자인이 가장 앤티크다운 인테리어를 연출해주기 때문이다. 타일도 소품 활용에 따라 변화를 줄 수 있음을 직접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이처럼 다양한 스타일로 연출된 앤티크 스타일을 보고 원하는 제품을 살 수 있단다.

 

보통 앤티크 스타일은 실용적이기보다는 공간을 우아하게 꾸미기 위한 장식적 의미가 강한 것으로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용적인 면으로 접근해 그곳에서 진정한 앤티크의 매력을 찾아낸 노태린 실장의 인테리어는 앤티크 스타일에 대한 우리의 의식을 새롭게 일깨워준다. 오리지널 앤티크 가구가 부담스럽다면 견고하면서 디자인이 뛰어난 앤티크 스타일 가구를 선택하고, 여기에 소품을 적절히 이용하여 더욱 합리적으로 앤티크 인테리어를 연출하는 지혜를 발휘해보는 건 어떨지. 마음속에 앤티크 스타일에 대한 동경을 품고 있었다면 이번 기회를 통해 하나씩 시도해보면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