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병원은 싫다2 - '자연'을 담아 치유를 이끄는 병원들

 

이 세상에서 지금껏 만들어진 디자인 중 가장 경이로운 것은 자연이 아닐까? 바람과 빛, 나무와 식물, 살아숨쉬는 듯한 물소리 새소리가 들리는 자연은 가장 편안하고 안정된 곳이기에 늘 그 곳을 꿈꾸고 돌아가고 픈 본능이 숨쉬고 있다. 더구나 아픈 사람들 환자의 경우일 때 어떤 분위기에서 설명을 듣고 소통할 수 있는 경험을 바랄까? 차갑고 무거운 분위기 보다는 인간적이고 편안하고 따뜻한 곳을 선호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그런 의미에서 자연을 도입하거나 자연을 모티브로 한 병원은 유행이 아닌 인간 본연의 마음을 담은 공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싱가포르 쿠텍푸앗병원

 

로비의 중심에 들어섰을 때에 중앙에 대형 폭포를 설치해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고 숲같은 전경이 펼쳐지는 이 곳은 싱가폴에 위치한 병원이다. 전에 블로그에 소개한 이 곳은 싱가폴 병원탐방 때에 입소문으로 택시를 타고 찾아갔던 병원이기 때문에 그 놀라운 전경을 잊을 수가 없었다. 내가 어디에 서 있든 시원한 물소리와 새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이 병원은 싱가포르 열대기후의 특성을 잘 살려 수풀림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으로 전 병원에 나무와 식물을 도입한 세계 전일무이한 병원으로 유명세를 거듭하고 있다.

 

명지병원 숲마루

 

직장인들이 짧은 시간 동안 병원에 들러 간단한 검진을 할 수 있는 건강검진센터 숲마루를 가 본 것은 작년 가을이었다. 이곳은 관동대 명지병원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병원의 환경과 의료서비스에 환자의 심리와 경험을 중심으로 많은 연구와 투자를 통해 계속 진화하고 있는 병원이기에 곳곳에 특별하고 세심한 공간들이 많이 자리 잡고 있었다. 건강검진을 하러 오는 사람들이 잠시나마 복잡함과 시간의 강박관념을 떨쳐버리고 이곳에 앉아 새소리를 만끽하고 신선한 음악 소리와 함께 검진을 받는다면 원활한 신체 리듬으로 좋은 컨디션으로 검사를 받을 수 있을 거라는 염원으로 만들어진 곳이다. 나 역시 다음 검진은 이곳에 와서 받겠다는 의지가 생기고 말았는데 계절에 영향을 받는 우리나라의 날씨를 감안하여 온실처럼 실내에서 온도를 조절하고 빛을 받을 수 있도록 특별한 공간을 설계하여 배치한 것이 특징이다.

 

 

용상 안동병원 로비

 

30년 된 병원을 5~6년 전에 리모델링하면서 답답한 일 층 로비를 복층으로 만드는 공사를 하면서 부득이하게 가운데 하중을 떠받쳐야해서 인위적으로 기둥을 남기거나 보양하여 만들 수 밖에 없는 구조의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이를 더 부각시켜 녹화벽면으로 커버하여 포인트가 된 사례이다. 이 병원은 안동에 위치한 용상안동병원인데 노인병원이라는 특수성으로 환자들이 특별히 일정 시간대에 많이 몰리거나 번잡스럽지 않기 때문에 시원스럽게 단장된 로비의 가운데 기둥에 담쟁이덩굴처럼 철제 구조물을 따라 올라가는 식물 기둥이 부담스럽게 여겨질 수 있지만, 이곳에서는 보는이로 하여금 녹색의 편안함과 멋스럽게 여유로움을 주고 있다. 마치 시원스레 잘 꾸며진 호텔의 로비에 앉아 계신 어르신들의 편안함을 보는 것처럼 디자인했다.

 

캐나다 크레딧밸리 병원

 

캐나다 토론토 근처 미시사가의 크레딧 밸리 (credit valley) 병원의 로비다. 전 편 "무서운 병원은 싫다 1"에서 이 병원의 사인에 대해 잠깐 소개했던 병원이기도 하다. 로비에 들어서면 마치 울창한 나무숲이 우거진 그늘에 들어선 느낌이 나는 이 병원은 토론토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한 테 페로우 (Tye. Farro) 가 설계했다고 한다. 그가 이 병원을 설계하고 시공하면서 건축가가 설계 당시 가졌던 컨셉반영의 말들은 병원을 만드는 수행자로서 건축가 또는 디자이너가 참여할 때에 마음가짐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문구라 소개해 본다.

 

"우리는 병원에 들어섰을 때 느낌은 따뜻해야합니다. 많은 사람은 전통적으로 디자인된 병원을 무서워하고 있습니다. 거친 조명, 실용적인 환경과 끊임없이 지루한 복도가 방문자 및 환자와 직원이 불편해합니다. 우리는 방문자뿐 아니라니 모든 사람이 병원의 문을 통해 들어올 때 사람들이 똑같이 활력을 보장받고 겁에 질리는 병원이 아니라 나를 반기고 받아드리는 병원이 되고 싶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건축가가 의료의 전달을 매개체로 창조를 목표로 할 때에 인간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수행자의 역할로 쓰이길 바랍니다.”

 

서울 부민병원

척추·관절. 내과질환 진료 종합병원인 부민병원의 외관과 내부 곳곳의 모습들이다. 환자와 보호자에게 심리적인 치료와 편안함을 줄 수 있는 도심 속의 green hospital을 목표로 하며, 실내 외의 인조목이 아닌 실제 수목을 식재하여 시각적인 것뿐만 아닌 심리적 안정감을 주고 실내 환경호르몬까지 제거하여 편하고 아늑한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아직 이 병원에 가보지는 못했지만 사진 속의 전경만으로도 병원으로 찾아 들어가게끔 이끌림을 느낄 수가 있다.

 

강남 세브란스병원 시크릿가든 쉼터

 

작년 요맘때, 의미 없이 이어진 연결통로에 쉼터를 조성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이곳에 자연 속 정원이라는 컨셉으로 모든 것들이 풍성하게 살아있는 공간을 연출할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연결통로의 기능적 수단과 버려진 공간의 아쉬움 속에 환자들은 그곳에서 대형 TV에 의자와 화분 몇 개, 환자 또는 보호자가 사용할 수 있는 컴퓨터 두 대가 놓인 곳에서 쉬고 있었다. 나는 이 공간을 단순히 이동 경로만을 위한 기능적 공간이 아닌 환자와 보호자, 그리고 병원 관계자들을 위한 공간이 되었으면 했고 직접 환자들이 그곳에서 어떤 형태로 쉬고 있는지 어느 정도 시간을 할애하여 머물고 있는지, 앉았을 때 주로 무엇을 보고 있는지에 대해 환자의 경험을 통해 조사해 보았다. 공간을 대하는 순간 모든 사람들이 편하게 마음을 놓이고 쉴 수 있는 공간, 몸과 마음이 지친 이들에게 자연스레 치유의 선물과 감동을 선사할 수 있는 공간이길 바라는 디자이너의 의지와 유저의 경험이 어우러진 자연의 품을 연상케 하는 공간은 Eco, Clean, Walk라는 세 가지 개념을 고려한 ‘비밀의 정원 Secret Garden 이라는 공간의 이름으로 완성하였다. 곳곳에 진짜 자연의 요소들을 담아서 공간 속에서 싱그러운 자연의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풍요로운 자연 속 병원이라는 Eco의 개념을 담아 자연의 컬러인 그린 색을 주종 색으로 정하고 다양한 나무를 배치해 싱그러움을 부여했다. 비록 병원의 감염문에 때문에 더 많은 식물을 배치하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그 공간 속에서 머무는 환자들이 지자연 속 정원에서 편하게 앉아 이야기하고 소통할 수 있는 감성 공간으로 느끼고 있음을 나 또한 완성된 공간에 몇 시간을 머물러 보면서 확인하게 되었다.

 

서울 성모병원 로비전경

 

탁 트인 로비에서 보여지는 층별 덧대진 천연목재의 마감재는 보는이들의 시선으로 하여금 바닥의 반짝이는 대리석과 자칫하면 휑해 보일 수 있는 이곳의 분위기에 온화하게 환기시켜 편안함을 이끌어 준다.

 

건축가 이승택님의 페이스북 사진

 

"건축물을 둘러보다 보면 의도적으로 하나의 액자처럼 외부 풍경을 바라보도록 만든 공간이 있습니다. 액자 같은 창에 아름다운 풍경이 보이도록 하는 경우도 있고, 아니면 인공적으로 풍경을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공간을 벤딩머신이 차지하고 있으면 보기에 좀 안쓰럽습니다."

 

위의 사진과 글은 자연을 액자 삼아 연출한 병원의 건물 안에서 밖을 바라보면서 그 앞에 자판기들을 놓아 풍경을 바라보며 위안을 삼을 수 있는 본질을 헤친 것에 대해 아쉬워하는 마음을 담은 내용이다. 환자들에게 자연의 풍경을 건물 내에서 밖을 바라보게 하는 동선은 치유효과를 가져다줄 수 있기 때문에 요즘 병원들은 의도적으로 복도를 모두 유리로 트이게 하거나 창가 쪽을 향하게 환자들이 바라볼 수 있는 진찰실 배치를 하여 마음의 평안을 가지면서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배려하는 동선 배치를 하는 곳들이 많아지고 있다.

 

명지병원 암센터의 치료실 전경 (좌) / 청주성모병원중정 (우) 오픈식을 위해 배치한 전경이고 평상시와는 다른 상황입니다.  

 

장시간 수액을 맞으면서 창밖의 전경에서 삽시간 달라지는 햇살의 변화와 때론 비 내리는 풍경의 고즈넉함을 느낄 수 있다면 또다시 아파 병원을 찾는다고 해도 난 이 병원으로 갈 것이라고 맘먹은 것이다. 긴 시간 기다림에 지칠지라도 나가 거닐 수 있는 정원이 있고 밖을 내다보는 풍경이 있다면 조금 붐비더라도 정원이 있는 병원을 찾아갈 것이다.

 

결론적으로 자연을 담은 병원이 늘어가고 그 병원에 환자들의 방문이 많아지는 것은 이제 병원이 권위있는 의사들의 일방적이고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무서운 곳이 아니는 것이다. 기다림에 편안하고 병원이라는 특유의 공기가 느껴지지 않으며 문턱 없이 드나들며 자주 찾아갈 수 있는 끌림이 있는 곳도 병원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서두에 말한 가장 부담 없이 편안하게 다가오는 친환경 '자연' 이란 요소는 병원건축에서 뺄 수 없는 불가분이자 시대를 초월하고 세대를 넘나들며 사람의 맘을 편하게 해주는 '치유'의 가장 큰 인자가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