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병원은 싫다5 - 독특한 위치에 자리잡은 힐링의 병원들
아직 한창 일할 때지만 몸이 아프지 않더라도 가끔은 조용한 요양병원 같은 곳이 있다면 한두어달 입원하며 쉬면 어떨까 할 때가 있다. 그만큼 복잡하고 찌든 일상 속에 지쳐있는 우리. 정신적 쉼을 필요로 하는 현대인이기에 적절한 휴식이 있어야 일도 잘되는 완급조절이 생활을 탄력 있게 함이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바라볼 때 요양이란 몸과 마음 모두를 치유하는 healing의 개념으로 단순히 환자들만을 컨트롤하는 것이 아닌 정상적인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고 그로 인해 길어진 사람의 수명에 점점 밀착해져서 활력을 불어넣어야 하는 요소로 의미가 커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소개하는 병원들은 힐링을 주요 컨셉으로 한 곳으로 요양이 필요하거나 찾아가도 위급하지 않은 환자들을 위한 병원들로 긴급한 환자나 자주 드나들기 쉬워야 할 질병 위주 병원의 도심에 있어야 하는 입지 조건을 다소 배제한 병원들이다.
1. 여행지의 장소를 찾아가는 느낌이 드는 코펜하겐 암센터
위치 : 코펜하겐, 덴마크
면적 : 2,250㎡
디자인 : 노르(Nord)
공사 기간 : 2009~2011
생각하기도 싫은 일이지만 만약 암에 걸린다면 목적지를 모른 채 여행을 가는 것처럼 아득하고 희망을 잃어버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기 위해 병을 이겨 내고 암 환자로서의 새로운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는 정신적인 힘이 필요지 않을까?. 대부분 지금까지 건립된 암 환자를 위한 병원이 나름 이런 환자의 뜻을 반영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병원은 여전히 들어가기 두렵고 무서운 곳으로 편안하기보다는 위압적인 환경으로 에워싸여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머리가 빠져 남에게 보여주기 싫은 모습을 숨기고 싶지만 모든 사람과 같은 출입구를 쓰는 요인도 무시 못 하고 병원의 입구에서 치료실까지 길을 찾는 것도 힘든 편이다.
이런 환자들이 병원에서 호전되기를 바란다면 시설물의 위압감에서 좀 더 가볍고 편안한 장소였으면 한다. 덴마크의 <암 환자를위한 헬스 케어 센터>는 그러한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여러 개의 소규모 건물을 하나로 통합하여 구성한 이 센터는 현대 의료 시설에 필요한 공간을 제공하면서 개인을 위한 환경 조성에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일본의 종이 예술인 오리가미와 같은 지붕을 통해 건물들이 서로 연결되는 것은 이 건물의 특징이다. 건물에 들어가면 자원봉사자들이 일하고 있는 편안한 라운지가 나온다. 여기서 다른 건물로 옮겨 갈 수 있으며 사색을 위한 안뜰이나 운동 공간, 건강에 좋은 조리법을 배울 수 있는 공동 주방, 환자 그룹을 위한 회의실 등을 방문할 수 있다. 주변 맥락 이 센터는 코펜하겐 여느 대학 병원과 마찬가지로 코펜하겐 도심 가까운 곳에 있어 환자들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난 후 방문하기도 쉽다. 도로 맞은편에는 파눔 의료원이 있다.
도심에 가까운 위치에 있지만, 병원과는 다른 위치의 장소에 마련되어 있어서 차고 무거운 느낌이 아니라 여행지의 장소를 찾아가서 차 한 잔을 나누며 안마당에서의 햇빛을 즐길 수 있는 따뜻한 병원이다.
2. 넓은 들과 호숫가에 위치한 헬싱 괴르 정신병원
정신병원하면 딱 떠오르는 모습이 고흐가 입원해 있었던 아를르의 병원이다. 노란 느낌이 드는 케케묵은 오랜 방이지만 고흐가 보았던 느낌을 담아 침대와 의자가 놓여있던 그 방의 전경은 병원리모델링을 하는 내겐 늘 정신병원의 한 전경으로 각인되어 있다. 자료를 조사하다 보니 헬싱괴르의 정신병원의 모습은 그런 느낌과는 상반된 세련된 디자인의 북유럽 감성을 고스란히 표현하고 있는 심플하고 단정한 컬러의 포인트로 건물의 조형미뿐 아니라 시원한 실내 전경이 내 맘을 사로잡는다.
현대인의 질환이 육체보단 마음에서부터 이뤄지는 게 많다고 할 때 마음의 쇠진함으로 피처가 있다면 나라도 이런 곳을 택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서두에 말한 것처럼 잠시 누구도 모르는 곳에 일정 기간을 묻을 곳이 필요할 수 있는 우리들. 병원이 아픈 사람들을 치료해주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면 꽉 차고 복잡한 번뇌의 요즘 사람들의 아픔을 힐링으로 치료해준다면 더없이 큰 역활을 수행하는 게 아닐까 한다.
쇼생크 탈출에서의 누구도 접근할 수 없는 수용소, 얼마전 드라마에서 보았던 생사람을 데리고 가 감금하는 설정을 했던 남해 어딘가의 병원(물론 이런 병원이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제정신 아닌 사람들을 온전하게 치료하는 무서운 병원이 아닌 이제 우리가 필요한 병원은 부족하고 외로운 사람들을 위한 힐링 병원이 필요한 나와 우리가 아닐지.
3. 산속에 위치한 초소병원
고원에서 한없이 스키를 타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람사라는 지역은 스키와 스키점프로 유명한 오스트리아의 한 장소인데 그곳에서 뜻하지 않은 상처를 입거나 긴급 치료를 필요로 할 때 갈 수 있도록 만든 작은 병원이다. 건축가 Hammerschmid Pachl Seebacher 는 알프스의 나무 건초로 지어진 알프스의 헛간에 영감을 받아 이런 초소의 병원을 디자인 하게 되었다고 한다. 작지만 이 안에는 대기실, 약국, 진찰실 세 곳이 마련되어 있고 내부도 낙엽송의 목재로 마감이 되어 있어서 외관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느낌이 안에서도 느껴진다.. 만약 이런 초소를 물성이 차가운 유리나 금속으로 만들었다면 춥고 당황스러운 위급 환자들에게 공포감 바짝 들 것이다.
4. 숲속에 있는 재활센터
네덜란드 동쪽 아른헴 주변의 숲속에 재활센터 '''Groot Klimmendaal' 이다. 숲속의 지형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바닥에 기초를 캔틸레버으로 하여 띄워 건물을 만든 형태이다.
갈색 황금 양극 처리된 알루미늄 외관과 유리들을 아름답고 적절하게 표현하여 자연과 조화가 이루어지도록 외관이 만들어진 건물이다. 이토록 재활센터가 숲속에 들어간 배경은 건물의 형태와 내부의 느낌만 보아도 재활환자를 배려했다는 느낌이 든다. 재활이란 무엇일까 생각해본다면 꾸준하게 자신을 건강하도록 일으켜야 하고 그로 인해 신선한 공기와 주변 환경은 환자가 빨리 낫도록 긍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된다.
병원은 사람을 위해 만드는 곳이다. 우리가 오랫동안 행복할 수 있는 가장 큰 요인 중 건강이라면 이젠 단순히 물리적인 아픔의 치료가 아니라 정신적인 치유가 되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 병원을 운영하는 많은 사람의 마음이 환자를 유치하려는 짧은 안목으로 공간을 기획하려고 하지 말고 진심으로 사람을 생각하고 배려한다면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환경을 고려하고 심미적인 느낌의 병원들이 곳곳에 들어서게 되는 날이 머지 않을것이다.
참고자료
- http://www.dezeen.com/2012/03/28/healthcare-centre-for-cancer-patients-by-nord-architecture/
- http://www.architonic.com/aisht/healthcare-psychiatric-hospital-jds-architects/5100187#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