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로 완성된 포용하는 공간, 그 감성을 덧입다

사당동 아파트 리모델링

 

공간을 바꾸고 새롭게 변화시킬 때 가장 중욯나 부분은 바로 '어우러짐'일 것이다. 과거와 현재, 모던과 전통, 클래식과 화려함, 질서와 무질서 등 각기 다른 스타일의 조화를 이루며 새로운 공간을 창조한느 것이 요즘의 트렌드다. 특히 질서정연한 움직임들과 틀에 박힌 고정관념을 살짝 비틀면서 나름의 여유를 갖고 소소한 즐거움을 찾는 일이 우선시 되고 있다. 이렇듯 내가 행복해지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은 인테리어에서도 기존의 규칙을 벗어난 새로운 차원의 공간을 탄생시키고 있다.

 

이번 사당동 아파트 리모델링 프로젝트 역시 바로 이런 과거와 현재(Old and New)가 탁월하게 재해석된 공간이라 볼 수 있다. 클라이언트는 처음 이 공간의 리모델링을 의뢰할 때 어떤 컨셉으로 해야 할지 고심이 많았다고 한다. 20년이 넘게 퀼트와 프랑스 자수, 하덴거, 야생화 자수 등 다양한 바느질 기법들을 가르치고 있는 터라 무엇을 해도 빈티지 풍이 나올 것이라는 염려 때문이었다. 가구 역시 오래된 고가구들이 많아 어떻게 활용하고 배치해야 할지도 관건이었다. 그만큼 리뉴얼된 공간은 빈티지 풍을 벗어나 모던하게 꾸미고 싶었다고 전한다.

 

노태린 앤 어소시에이츠의 노미경 대표는 클라이언트와 오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모던과 빈티지가 미니멀하게 조화를 이루는 믹스매치 스타일을 완성해냈다. 노미경 대표는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잠자고 있던 '영감'을 깨우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할 만큼, 공간에 대한 다양한 스토리가 재해석되었다.

 

먼저 클라이언트는 거실 천장의 실링펜과 헤링본 스타일의 바닥마감, 아일랜드 후드의 3가지 요구사항을 전하며, 그밖의 공간 스토리는 노미경 대표와 찬차근차근 풀어나갔다. 공간 안에 사용된 가구들은 앞서 이야기한 고가구들로 장식되어 평소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클라이언트의 꼼꼼한 성향을 알 수 있게 해주었다. 특히 거실 테이블과 소파, 그리고 식탁, 체어만 새롭게 바꾼 채 나머지 가구들은 기존에 사용하던 것들로 공간을 가득 메웠다. 평소 바느질을 즐겨하던 클라이언트의 자수 작품들은 곳곳에 패브릭이나 소품 아이템으로 적절히 배치된 점도 눈에 띈다. 또한 해외 여행지에서 사 온 이색 기념품들이 고가구 위에 장식되었다. 다양한 형태의 장식 골무나 코펜하겐 미니 접시, 애니메이션 영화 '이웃집 토토로' 소품 등 마치 세계 미니어쳐 장식품의 향연을 보는 듯 공간을 풍요롭게 이끌어냈다. 이탈리아에서 구매한 램프나 토스터기, 수전 역시도 독특하면서 감각적인 그만의 스타일을 엿보게 했다.

 

이러한 형태의 소품과 고가구들이 디자인에 활용된 가운데 노미경 대표는 전체적인 스타일을 밝고 단아한 컬러들로 선택했다. 이는 균형과 분배를 통해 공간을 조율하는 디자이너의 감각으로 보여진다. 너무 예스러운 분위기를 지양하고자 주방과 거실은 모던한 스타일과 가구들로 포인트를 주었다. 한쪽에 고가구를 두었다면 반대편에 현대적인 가구를 한 공간에 둠으로써 적절한 믹스매치의 조율을 이루게 한 점이 돋보인다. 그렇다고 너무 상반되는 컬러가 아닌 오히려 단조롭지만 밝은 컬러를 선택해 자연스러운 '어우러짐'을 강조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너무 빈티지답지도 너무 화려하지도 않은 차분하면서도 온화한 감성의 공간으로 재탄생됐다.

 

욕실 역시 은은한 감성을 드러내 신비감을 주고 있다. 욕실은 주로 타일로 마감하지만, 한쪽 벽면을 머스터드 컬러의 벽지를 활용하여 화사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러한 벽지 활용은 기존 욕실에서 찾아볼 수 없는 색다른 즐거움을 주고 있다. 안방에도 이러한 분위기가 이어진다. 블루톤의 꽃 모양 벽지가 한쪽 벽면에 덧입혀지며 공간을 풍성하게 물들였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바로 다락의 공간 활용이다. 클라이언트의 남편은 이 다락을 보고 '천공제'라 이름을 지을 정도로 마음에 들어 했다고 한다. 다락이지만 27평의 넓은 평수와 고개을 숙이지 않아도 될 정도로 천장이 높아 그 활용도 면에서 착월함을 드러낸다. 처음 올라서는 계단부터 곡선형의 디자인으로 심혈을 많이 기울인 흔적을 곳곳에 찾아볼 수 있다. 마치 2층에 올라서는 계단처럼 조그만 다락의 계단을 유연한 곡선으로 표현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크만큼 구조 변경에 있어 시간적인 여유가 충분히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클라이언트는 충분한 시간과 배려를 통해 원활한 진행을 도왔다. 노미경 대표는 바로 이런 배려심으로 다락 공간에 완성미를 더했다고 전한다. 현재 다락은 남편의 서재와 온전한 취미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바로 이런 배려와 소통이 기본 바탕이 되어야 한다. 이는 공간에서만 통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무슨 일이든 순서가 있고, 서로 간의 진정한 지혜가 빛을 발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진정한 '어우러짐'이란 무엇인지 다시금 일깨우는 시간이었다. 서로 다른 성향과 스타일을 존중하고 적절한 믹스매치의 조화만이 새로운 차원의 공간을 주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