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속에 진정한 배려와 미학을 담아낸 공간

반포 근린생활주택

 

글. 월간 이하우징 박하나 기자 글
사진. 김영

 

요즘은 자투리 공간을 활용한 틈새 주택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작지만 알짜배기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협소주택은 이제 하나의 트렌드로 변모하며 신선한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보다 넓고 큰 것을 좋아하던 예전과 달리 현재는 스마트한 라이프 스타일에 맞게 각자의 개성을 입혀낸 공간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삭막한 도심 속 온전한 쉼을 추구하는 에코 세대들이 어울리지 않은 곳에서 들꽃과 같은 꽃을 피우고 있는 셈이다.

 

노태린 앤 어소시에이츠의 노미경 대표는 반포동 자투리 땅에 근린생활공간을 마련했다. 지하 1층은 회사로 사용하고 1층과 2층은 주거로 활용 중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을 생각해 이곳으로 왔다고 전한 노미경 대표는 줄곧 아파트에서만 살다가 꿈꾸는 공간 앞에 한층 다가섰다고 전한다.

 

아파트에 너무 익숙하다 보니 주택에서 살고픈 마음이 생기더라구요. 어찌 보면 과감한 도전이자 새로운 시작이라 할 수 있어요. 지하 1층이 회사라 가끔 직원들이 1층에 올라와 담소도 나눌 수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1층은 주로 커뮤니티 공간으로 회의 겸 오픈 하우스로 활용하고 있어요. 이곳에 오면서 고객이나 직원과 더욱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어 큰 도움이 됩니다.”

 

전체 바닥 면적이 20평형대로 작지만, 공간을 적절히 분할하여 효율을 높였다. 예전 이곳은 3~4가구가 사는 주택이었지만, 이제는 전체 공간을 하나의 덩어리로 두고 사무실 겸 주거공간으로 활용 중이다. 노미경 대표는 특별한 스타일을 공간에 입혀내지 않고 그저 자신의 삶 자체를 녹여내는 데 집중했다고 전한다.

 

저는 극적인 분위기를 좋아합니다. 무슨 공간이든 디테일에 대한 배려가 필요할 뿐, 어떠한 스타일을 재해석해서 공간을 만들고 싶지는 않아요. 결국은 사는 사람에 집중하는 것이죠. 스타일에 대한 강조는 그저 겉모습일 뿐입니다. 분위기에 맞게 컬러와 디자인을 반영하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연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노미경 대표는 오랜 시간 공간 인테리어를 디자인해 온 만큼, 공간에 대한 기본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의 말대로 이곳은 사람과의 관계, 삶에 대한 진정성이 묻어나 있었다.

 

이 집을 꾸밀 때 절실한 환경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좁은 공간에서 수납의 활용을 어떻게 하면 내가 가지고 있는 옷을 잘담아낼 수 있을까? 에 대한 생활의 발견이죠. 이 집에 나의 모습이 그대로 묻어나게 하는 게 목적이었죠. 내 삶에서 조금 더개선시켜 나가되, 완전히 바꾸는 것은 불편함만이 존재할 뿐이에요.”

 

요즘은 불필요한 것들을 정리하고 버리면서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시대다. ‘소유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는 이때, 노미경 대표는 무조건 버리는 것보다 무엇을 남길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전한다. 이를 그대로 보여주기라도 하듯 1층은 주방을 통한 커뮤니티 공간이 한층 확대되었다. 공간 중심에 놓여진 주방에는 철제 칸막이를 활용하여 하나의 룸을 만들었다. 원목으로 이루어진 큰 테이블을 두고 사람과의 대화에 집중하도록 한 것이다. 또한 식기 용품이 놓여있는 주방 테이블 위에서도 소소한 대화를 이어나가게 디자인했다.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의 거실을 만들어 잠깐의 쉼을 얻게 한 점이 돋보인다. 문을 통해 주방과 반대되는 분위기의 거실은 온화하고 따뜻했다. 이곳은 마치 오고 가는 사람들의 여정을 담아낸 듯 한층 여유로웠다.

 

2층에 올라서면 바로 보이는 곳은 서재다. 서재 옆의 좁은 복도를 통해 양옆에 파우더룸과 룸을 연출했다. 노미경 대표의 딸 방에는 로맨틱한 토머스 헤드윅의 스펀 체어로 여성스러운 분위기를 더해주었다. 서재는 2층 공간에 주된 포인트가 되어 공간을 주도하고 있다. 주거 공간에 안락함과 편안함으로 1층의 분위기와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노미경 대표의 오픈 마인드를 대변한 듯 답답하지 않게 디자인되었다. 온전한 가족 간의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그 자체로 모던한 스타일을 드러낸 점이 인상적이다.

 

노미경 대표의 공간은 삶 속의 배려가 곳곳에 묻어나 있다. 사람을 좋아하고 관계 형성에 집중하는 자신의 스타일을 공간 속에 그대로 입혀낸 것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적절한 규칙과 질서를 줌으로써 흐트러지지 않는 자신만의 신념을 담아냈다.

 

건축가는 공간에 스타일을 입혀내지만 아름다움을 심어주지 못합니다. 사는 사람이 삶 속에 배려와 진정성을 담아낸다면 공간 역시도 진정한 아름다움을 드러내겠죠. 저의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꿈꾸는 집을 만드는데 이제 한 발 앞에 와있습니다. 제가 사는 옆집, 그리고 이 동네까지도 저의 집을 통해 변화를 주고 싶습니다. 그런 삶을 꿈꾸기에 절대로 긴장을 늦출 수가 없어요.”